2024년 11월, 프랜차이즈의 인기 브랜드로 돈이 몰린다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 어느 시대에나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있는 법. 기사에서는 2024년 말 장사 분야에서 돈을 버는 기업으로 유명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메가커피, 맘스터치, 역전할머니맥주, 노랑통닭을 예로 들었다. 이 시점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흥망성쇠를 흘낏 살펴보자.
매일경제 24.11.19 내수 폭망에도 프랜차이즈 꿋꿋이 버틴다는데, 이유가 대체 뭐야
1.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572만 명이다(통계청). 전년 대비 6만 명 감소한 수준이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 후 처음이었다.
2. 근면성실하게 일하면 식구들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던 자영업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소비가 고급화되면서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해 손님의 발길을 가게로 끌어오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3. 2024년 1분기 자영업자의 부채는 884조원, 연체금은 15조 원에 달한다(한국 신용데이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 빚으로 버티던 사장님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4. 프랜차이즈도 자영업의 일종이다. 프랜차이즈는 프랑스 말로 '자유와 특권'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의 시작은 1979년의 커피전문점 '난다랑'으로 본다. 파리바게뜨는 1988년 가맹사업을 시작해 가맹사업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1990년, 범삼성가 그룹이었던 BGF 그룹이 '보광훼미리마트'라는 이름으로 송파구 가락동에 첫 점포를 개설한 'CU'도 성공적인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5.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상품 개발, 트렌드 연구, 시장변화 대응, 마케팅, 디자인, 물품 공급 등등의 많은 일들을 해 주기 때문에 개인이 사업을 할 때 감당해야 하는 창업 리스크를 줄여 준다. 반면, 부당한 광고, 집기, 할인행사, 인테리어 비용 등 갑질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6.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이 100개 이상 되는 곳은 불과 4.0% 밖에 안된다. 10개 미만은 72.3%나 된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그만큼 찾아보기 쉽지 않다(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7. 프랜차이즈 중 가장 유명한 업종은 아무래도 편의점이다. 우리나라에는 55,200개의 편의점이 있다(편의점산업협회, 2024년). 이는 2018년 38,452개, 2020년 48,094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이다.
8. 우리나라 정도의 인구와 면적을 가진 나라에서 5만 개의 매장수는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5천만 명 인구를 감안했을 때 인구 1,000명 당 편의점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작은 점방 수준의 동네 슈퍼는 거의 사라졌다.
9. 2022을 기준으로 CU는 16,787개, GS는 16,448개의 편의점을 관리한다(2022년 5월 보도). 2019년 각각 1.4만 개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점포당 하루 매출은 약 170만 원 정도로 보도되었다.
10. 편의점 매출의 일등 공신이었던 담배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편의점에서 담배 매출 비율은 2020년 40.8%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23년 37.3%로 줄었다. 대신 식품 매출 비중은 2020년 53.2%에서 2023년 56.8%로 증가 추세다.
11. 편의점 본사들은 유행에 맞춘 삼각김밥, 도시락, 주류 상품 등을 출시면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개인 자영업자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12. 편의점 다음으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는 치킨집이다. 치킨 왕국인 우리나라의 전체 치킨집 개수는 사실 편의점 보다 많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8.7만 개의 치킨집이 있고, 브랜드만 해도 409개에 달한다.
13. 그 중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41,436개 이다(공정거래위원회, 2023년). 5.5만개에 달하는 편의점 프랜차이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대단한 세력이다.
14. 2022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매장수를 보유한 브랜드는 BBQ로 2,111개를 관리하고 있다. 이 역시 단일 브랜드로 1.6만 개를 운영하는 CU나 GS25시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가끔씩 먹고 배달 비중이 큰 치킨이기 때문에 1등 브랜드의 점포수도 고작(?) 2천여개 밖에 안 된다.
15. 2022년 기준 2등은 BHC 치킨으로 1,997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3등은 교촌으로 1,368개이다.
16. 2023년 기준으로 매출은 BHC가 1등으로 5,300억원이고, BBQ는 2위로 4,700억원, 교촌은 3위로 4,200억원이다. 2023년 당시 BHC가 교촌 매출을 추월한 것은 치킨 업계의 대사건이었다. 2023년 4월 교촌이 최대 3,000원의 가격 인상을 한 것이 원인으로 거론되었다.
17. 빵집도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치킨보다 자주 찾는 빵집은 매장 수에서 치킨보다 많다. 1등 파리바게트는 3,419개(공정거래위원회, 2024년)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1,3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2024년, CJ푸드빌). 거리에서 눈에 자주 보이는 파리바게트 3천 여개는 편의점과 커피 프랜차이즈들 다음으로 많은 매장수이다.
18. 참고로 커피의 경우 커피 전문점은 9.6만 개에 달한다. 메가커피, 이디야가 3천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고, 컴포즈는 2,600개, 빽다방은 1,500개이다(2024년).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스타벅스는 1,900개 정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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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빵 프랜차이즈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1등 업체 파리바게뜨는 해외에 5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사모펀드인 칼리일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CJ가 계속 운영하고 있는 뚜레쥬르는 2023년 기준 전세계에 46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 진출국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으로 현재는 10여개국 정도이다. 한류 열풍의 확대에 따라 이 숫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 파리바게뜨 외 SPC 그룹이 운영하는 던킨은 640개(2023년), 베스킨라빈스는 1,720개(2022년) 정도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인지도 높은 프랜차이즈인 두 브랜드의 매장수를 보면 전국 1,000개 내외의 매장수면 꽤 많은 숫자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22.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숫자도 대략 1,000개 남짓이다. 롯데리아는 2024년 기준 1,28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에 성장하기 시작해 현재 매장수 기준 1위인 맘스터치는 2024년 기준 1,421개 매장을 보유한다.
23. 맘스터치가 2023년 5월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준 최초로 1,400호 매장을 돌파한 것도 업계의 큰 사건이었다. 맘스터치는 2020년 1,243개, 2021년 1,354개에서 빠르게 매장수를 확대하고 있다.
24. 롯데리아, 맘스터치와 같은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프랭크버거는 2024년 기준 700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그룹의 노브랜드 버거는 250개이다. 한국인들은 햄버거에서 토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꽤 강한 편이다.
25.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2024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42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매장수는 3.8만개, 미국 매장수는 1.4만개이다. 한국의 8.7만개 치킨집, 5.5만개 편의점이 전세계의 맥도날드 매장수를 능가한다는 뉴스가 가끔 등장한다.
26. 역시 글로벌 체인인 버거킹의 매장수는 2024년 10월 기준 505개이다. 맘스터치, 롯데리아, 프랭크버거에 이어 햄버거 브랜드로는 4번째로 국내 매장수 500개를 돌파했다.
27. 반면, 맥도날드, 버거킹과 함께 초기 한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던 주인공 중 하나인 KFC는 2024년 기준 매장수 196개로 다소 위축된 모양새다. 파파이스와 웬디스는 우리나라에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현재는 철수했다.
28. 글로벌 샌드위치 체인이면서 한국에서 꽤나 인기 있는 서브웨이의 매장은 2023년 기준 550개이다. 2018년 319개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브웨이는 전세계 4.5만개, 미국 2.5만개 매장을 가지고 있어 단일 브랜드로 전세계에 매장수가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이다. 최근 북미에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인기는 여전하다.
29.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들의 매장 수는 다른 업종만큼 많지는 않다. 1위인 아웃백은 2023년 92개 매장에서 매출 4,570억원을 거뒀다. 200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로 100개가 넘었던 아웃백 매장은 한 때 70~80개로 줄었지만 다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30. 연매출 5,000억원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중요한 성공 기준이다. 2022년에 BHC 치킨이 치킨 업계 최초로 매출 5,075억원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수 1위 맘스터치의 2023년 매출액은 3,644억원이었다.
31. 2023년 매출액 기준 GS25시 8.2조원, CU 8.1조원, 맥도날드는 1.1조원, 롯데리아는 9천억원, 버거킹은 7천억원으로 5천억원을 뛰어 넘는 브랜드도 많지만 매출 5천억원은 어쨌든 중요한 기준이다.
32. 이랜드 그룹의 애슐리는 2024년 기준 매장수 91개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59개였던 매장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2023년 매출 2,390억원은 전년 1,570억원 대비 50% 증가한 것이었다.
33. 생활용품으로는 다이소가 2023년 1,500개를 돌파하면서 빠르게 몸집을 늘리고 있다. 2019년 매장수가 1,350개였지만 싼 가격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중요한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다이소의 2023년 매출액은 무려 3.4조원에 달한다.
34. 우리나라의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8.6만 개이다(통계청, 2022년). 그 곳에서 일하는 종사자수는 94.2만 명으로 백만명에 육박한다. 전국 수십만의 사장님들, 백만의 종사자들, 수백만의 가족들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흥망성쇠에 따라 울고 웃는다.
35. 소비자들은 선호에 따라 이런저런 브랜드를 편안하게 고른다. 그러나 사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프랜차이즈는 적게는 1~3억원, 많게는 5억원 이상의 창업 자본을 투입하고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을 쏟아 붓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비즈니스이다. 잘 고른 프랜차이즈는 든든한 소득원이 되고, 잘 못 고른 프랜차이즈는 큰 실패로 남는 경우도 많다.
36. 주변에서 음식과 상품을 구매할 때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소리 없는 전쟁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이다.
6개월 후 뉴스의 관전 포인트 1. GS25와 CU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까 아니면 승부가 어딘가로 기울까? 2. BHC, BBQ, 교촌의 3강 체계는 굳어진 것일까? 3.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해외 공략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4. 맘스터치의 상향세, 롯데리아의 하향세, 프랭크버거의 약진은 계속될까? 5.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는 토종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공략을 계속 이겨낼 수 있을까? 6. 패밀리레스토랑의 리즈 시절은 돌아올까? 7. 스카이락 참 맛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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