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번 연속으로 인하했다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 무려 15년 만에 일어난 큰 사건이었다. 이로서 한은의 기준금리는 3.0%가 되었다. 미국과의 금리차는 1.75%p로 기존 1.5% 보다 조금 더 벌어졌다. 앞으로 미 연준의 금리 결정 방향에 따라 환율, 무역수지, 물가, 부동산 등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 예상된다. 워낙 파장이 클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2022년 연준의 급작스런 긴축으로 시작된 금리의 변화를 흘낏 살펴보자.
동아일보, 24.11.28 기준금리 연 3%로 0.25%p 깜짝 인하. 15년만에 2연속 내려
1. 1913년 미국 의회는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을 제정해 연방준비제도(FRS; Federal Reserve System)라는 시스템에게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의 책임을 맡겼다. 전 세계의 막강한 권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 이 후 연준은 미 연방의 '최대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의 거시경제 목표 달성을 위해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조정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군가 이 통화정책을 통해 무엇인가의 의도를 실현하고 있다는 음모론도 이어지고 있다.
3. 연준의 통화 결정은 매파와 비둘기파의 싸움이다. 단순하게 말해 매파는 이자율을 높이려 하고, 비둘기파는 이자율을 낮추려 한다. 이들의 싸움은 정해진 회의 주기에 맞춰 단 하나의 숫자, 즉 금리로 결정된다.
4. 연준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는 총 7명이다. 이들은 약 6주 간격으로 1년에 8번 위원회를 열어서 단기금리를 조절한다. 연준 이사회는 연준의 하위 기구이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기구이다.
5. 위원회의 정식 명칭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tet Committee))이다. FOMC가 열리는 8개 달은 보통 1월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이다. 이 시기가 되면 전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식 의사록 (minutes)은 회의 3주 후에 발표한다.
6. FOMC 직후에는 연준 의장이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요약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연준 의장의 공식적 기자회견 속 말 한마디와 행간의 의미에 따라 전세계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고 시장은 춤춘다.
7. 한편, 한국은행의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는 1년에 총 24회 정도 정기회의를 개최하는데 그 중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8회이다. 1월,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이 금리를 결정하는 달이 된다.
8. 한국은행의 회의록은 금통위가 열린 2주 후 첫 화요일에 공개된다.
9. 대한민국의 금융통화 정책기구는 한국은행이 유일하고, 1950년 한국은행이 만들어질 때부터 금통위가 정책결정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금통위원은 총 7인이다.
10. 미 연준에는 12개 지점이 있다.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리치먼드,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댈러스 지점이 그것이다.
11. 연준의 각 지점에는 총재들이 있다. 연준 이사회 7명과 총재 12명 중 5명을 더해 총 12명이 FOMC를 구성한다. 뉴욕 연준의 총재는 항상 FOMC에 포함되는 상임이사 특권을 가진다. 모든 연준 총재는 설사 의결권이 없어도 FOMC에 참석해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12. 연준 이사회 의장은 FOMC 의장을 겸한다. 뉴욕 연준의 총재는 부의장을 맡는다.
13. 연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금리를 점짐적으로 높였다. 그러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의 압박으로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2020년 초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에는 급리를 더 낮춰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14.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던 2021년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2%를 기록했다. 예측치 3.6%를 훌쩍 뛰어넘는 폭등이었다. 무려 4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었다.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기존 견해를 철회했다.
15. 2022년 3월, FOMC는 전격적으로 0.25%(25bp) 금리를 인상했다. 3년 3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제롬파월 의장은 2022년의 남은 6번의 회의마다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16. 오랫동안 제로 금리해 적응해 있던 시장은 긴가 민가했지만 결과적으로 2022년 한 해 동안에만 연준은 7번에 걸쳐 금리를 4.25%p나 인상했다. 그 한 해 동안 주식과 채권시장은 초토화됐다.
17. 2022년 4월 한국은행도 연준을 따라 붙었다.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1.50%로 만들었다. 2021년 8월부터 3번에 걸쳐 0.50%였던 기준 금리를 1.25%까지 올려 놓긴 했지만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에 발맞출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장기간 이어질 지 당시로서는 예측하지 못했다.
18. 2022년 5월 FOMC는 0.5%p 금리를 한번에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재임하던 2000년 5월 이후 무려 22년만에 최대 인상폭이었다. 연초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는 단숨에 0.75%~1.0%로 뛰었다.
19.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 회견에서 "향후 두어번의 회의에서 50bp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 75bp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50bp, 75bp 모두 시장에선 잊혀진 단어였다.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이라는 말이 갑자기 뉴스를 뒤덮었다.
20. 연준의 기조가 확실해진 이상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은 5월 25bp, 7월 50bp, 8월 2bp, 10월 50bp, 11월 25bp, 2023년 1월 25bp로 금리를 계속 올려서 2023년 1월에는 기준금리를 3.50%로 만들었다.
21. 2022년 6월 FOMC는 깜짝 놀랄 75bp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1.5~1.75%로 올랐다.
22. 2022년 7월에도 75bp를 올렸다. 기준금리는 단숨에 2.25~2.5%가 되었다.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2.25%를 능가해 버렸다.
23. 2022년 7월 6일 미국채 10년물 금리(장기 금리)와 2년물 금리(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원래 채권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장기채에 더 높은 이자를 주기 마련이지만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단기금리가 치솟아 나타난 현상이었다.
24. 당시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981년 금리를 19.03%까지 끌어올렸던 전설의 연준 의장 폴 볼커까지 회자되었다.
25.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보통 12~18개월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시장을 흔들었다. 1962년 이후 7차례의 경기침체는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26. 2022년 9월에도 연준은 무자비하게 금리를 75bp 인상했다. 이제 기준금리는 3.0~3.25%로 한국의 기준금리를 훌쩍 능가했다. 2021년에는 0.08%였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년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순식간에 3%p 금리가 오른 셈이었다.
27. 한은도 2022년 10월 50bp 빅스텝을 감행하면서 금리를 3%로 만들었다. 한은 총재는 국민의 고통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28. 2022년 11월 FOMC는 금리를 또 75bp 올렸다. 3번째 75bp 인상이었다. 시장은 다시 한 번 패닉에 빠졌다. 기준금리는 3.75~4.0%가 되었다.
29. 2022년 11월 GPT-3.5가 출시됐다. 2023년부터 AI 열풍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는 새로운 거대한 투자처가 탄생했다. 훗날 역사가 평가할테지만 AI가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한 것은 금리 인상에 버금가는 대사건이었다.
30. 2022년의 마지막 FOMC인 12월에도 금리는 50bp가 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가 됐다.
31. 연준은 2023년에도 7월까지 네 번 금리를 인상해서 상단 금리를 5.5%로 만들었다. 이로써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던 금리 인상은 멈췄다.
32. 한국은 2022년 11월, 2023년 1월 각각 25bp를 올려 3.5%를 만든 후 그 수치를 줄곧 유지했다.
33. 2023년 중반을 지나 2024년이 되자 금리 인상 얘기는 뉴스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34. 2024년 9월 연준은 4년 반 만에 50bp의 금리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금리는 4.75~5.0%가 되었다.
35. 2024년 10월 장단기 금리는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2년 3개월만이었다. 2024년 10월 6일, 미국채 10년물은 3.72%, 2년물은 3.66%였다.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아졌다.
36.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이후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는 전망은 여전히 시장을 떨게 했다. 장단기 금리차가 제자리를 찾은 2024년 10월부터가 진짜 위기의 시작이라는 경고였다.
37. 2024년 10월 한국은행도 금리를 25bp 인하해 3.25%로 낮췄다. 2023년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장장 21개월만의 변화였다.
38. 2024년 11월 7일, 연준은 트럼프가 제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처음 열린 FOMC에서 기준금리를 9월에 이어 두번째로 25bp 인하해서 4.5~4.75%로 만들었다.
39. 2024년 11월 19일 한국은행은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점) 자료를 발표했다.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913조 8,000억원으로 집계되어 2002년 통계 집계 후 최초로 1,900억원을 넘었다.
40. 2024년 11월 28일, 한국은행은 2024년의 마지막 금통위를 열고 2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해서 기준 금리를 3.0%로 낮추고 2024년을 마감했다. 미국과의 금리차는 1.75%p가 되었다.
41. 연속 금리 인하는 2008년 10월에서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일이었다.
42.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일본식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시점에 한국은행은 강수를 뒀다. 이 결정이 환율, 물가, 부동산,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금리인하가 미치는 여파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일이다.
43. 내년 상반기까지 연준의 다음 FOMC 일정은 12월, 1월 ,3월, 5월, 6월이다. 한국은행은 1월, 2월, 4월, 5월이다.
6개월 후 뉴스의 관전 포인트 1. 과감한 금리 인하로 경제성장률과 내수 경기는 회복될까? 2. 시장의 예상대로 트럼프는 취임 후 금리 인하를 압박할까? 3. 2024년 11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1,396원으로 끝났다.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 4. 1,9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5. 2024년 11월 28일, 금융채 5년물은 3.20%, 코픽스는 신규 기준 3.37%이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6. 간신히 안정을 찾은 것 같은 물가 상승률은 계속 2~3%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7. 내수를 살릴 결정적 한 방은 정녕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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