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

혼다와 닛산의 합병 발표 2024년 12월

singgut 2024. 12. 24. 18:02

 2024년 11월, 일본 자동차의 강력한 플레이어 혼다와 닛산이 합병한다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일본 자동차 업계에 큰 지격 변동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혼다와 닛산은 둘 다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 업계의 두 거인이었다. 그런 그들이 합병이라는 과감한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 놀랍고, 그렇게 하나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해도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현실도 놀랍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중국 업체의 약진, 대만 업체의 야욕 등 자동차 업계 판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 시점에서 자동차 시장을 흘낏 살펴보자.
 
 머니투데이, 24.12.23 세계 3위 '자동차 공룡' 탄생 예고…"혼다-닛산, 합병 공식화"

1.2024년 12월 18일 니혼게이자 신문과 뉴욕 타임즈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애플의 아이폰을 만드는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이 르노가 가진 닛산 주식 22.8%를 인수해 전기차 업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르노는 닛산의 주식 36%를 보유하고 있다.
 

 
2. 부랴부랴 일본의 2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이 합병할 것이라는 얘기가 뒤따랐다. 홍하이든 혼다든 구세주를 만날 가능성이 생긴 닛산의 주가는 폭등했다.
 
3. 닛산의 위기는 2020년 카를로스 곤 회장의 세기의 탈주극 이후 누적된 판매 부진 탓이었다. 설상가상 혼다와 닛산 두 회사 모두 전기차와 자율주행 같은 미래 자동차 부분에서 성과를 못 내면서 위기감이 커지던 참이었다. 
 

 
4. 2023년 플러그인 하드브리드 전기차(PHEV), 배터리 전기차(BEV)를 합친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406만대였다(SNE). 이중 북미 판매량은 111만대, 중국 판매량은 841만대였다. 중국 물량이 압도적이었다.
 
5. 1,406만대는 2023년 전체 신차 판매의 18%에 해당했다. 캐즘에 빠졌다는 우려도 있지만 FSD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 전기차의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6. 3년 전인 2021년 전기차 판매량은 650만대였다(SN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배터리를 모두 포함). 그때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600만대였다. 2023년 한 해에만 1,400만대를 판 것만 보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량을 실감할 수 있다.

7. 2021년 당시 전기차 중국 판매량은 330만대였다. 이 물량이 불과 2년 뒤에 841만대가 되었으니 가히 폭발적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이다. 그 과실의 대부분은 BYD, NIO, LiAuto, Xpeng 같은 중국내 업체들이 가져갔다.
 
8. 특히, BYD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24년 1~9월 누적 전기차 판매에서 BYD는 23.3%를 차지해 2위 테슬라 11%를 훌쩍 뛰어 넘어다. BYD는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관세를 부과해도 BYD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9. 2018년만 해도 전세계 전기차의 신차 시장 침투율은 2%였다. 이것이 2023년 5년 만에 18%로 증가했으니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할 수 없다. 2023년을 지나면서 캐즘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업체들이 변화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것은 점점 뚜렷해 보인다.
 

10. 2023년 현대기아차의 전체 차량 판매대수는 총 730만대였다. 2021년 북미 시장에서 2만대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혼다를 제치고, 2022년 르노-닛산을 넘어 글로벌 3위를 차지한 후 2년째 3위를 지켜냈다. 일본 도요타가 1,115만대로 1위였고, 독일 폭스바겐은 923만대로 2위였다.
 
11. 2023년 4월,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eM을 발표했다. 이것을 K8 후속의 GT1, 제네시스 등 플래그십 모델에 넣어서 2025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에는 전기차에서 톱 3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12. 2022년 1월에는 이미 2026년 글로벌 연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2030년의 목표치 300만대도 제시한 바 있었다.
 
13.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2023년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은 45만대에 불과하다. 다행히 빠른 전환을 하고 있지만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의 판매 비율은 여전히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14. 오히려 BYD는 전세계 최초로 2023년 전기차 판매량 300만대를 돌파했다. 현기차의 야심찬 2030년 목표를 2023년에 이미 달성한 BYD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
   
15.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연 테슬라는 2023년 181만대의 차를 팔았다. 2022년 131만대에 비해 꽤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2020년 50만대였던 것에 비해서도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16. 테슬라는 2006년 전기차 첫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시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기차 시장에서는 2010년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이 선두권에 있었다.
 

17. 전기차는 2010년대 후반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2017년 내놓은 중형 전기차 세단 모델3는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한번 충전으로 350km를 가는 모델3의 35,000달러의 가격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전기차 10만대 돌파는 전세계를 놀라게 한 대사건이었다.
 
18. 때마침 2010년대 후반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화두로 내 걸었다. 내연기관차는 빠르게 종말을 맞이하고 전기차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였다.
 
19. 유럽을 중심으로 각종 환경 규제가 쏟아졌다. EU는 2021년까지 차량 주행 1km 당 탄소 배출량을 95g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는 59g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95g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 탄소배출량의 1/3 밖에 안되는 매우 작은 수치였다.
 
20. EU는 2021년에는 내연기관 판매 시 8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 판매를 아예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21. EU는 이런 그린 이코노미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면서, 뒤쳐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되찾으려는 복안도 가지고 있었다. 탄소 배출량으로 무역 장벽을 쌓고, 자국의 발전한 기술로 자동차와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간다는 생각이었다. 당시로서는 이 생각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2. 2017년 전세계에서는 8,600만대의 차가 팔렸다(JATO). 2018년에는 8,900만대가 팔렸다(하나증권). 전세계에는 14억대의 차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세계 인구 80억명의 6명 중 1명 꼴로 차가 있는 셈이다. 
 
23. 전세계 자동차 시장 매출은 2.7트릴리언 달러(21년 Statista)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GDP가 1.7트릴리언 달러이니, 세계 10위권 국가의 전체 GDP를 훌쩍 뛰어 넘는 엄청난 시장규모였다.
 
24.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기술, 디자인, 브랜드 파워 어디 하나 빠질 곳이 없었다. 다만 싼 값에 합리적인 차를 내놓는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아시아 업체들에 물량으로 뒤질 뿐이었다. 
 
25.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되면 단숨에 후발주자들을 제치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유럽의 자신감은 강했다. 다시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쥘 것이라는 유럽의 당당함은 그럴 듯 했다.
 
26.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체 판매 대수의 25%(300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인 150만대는 중국에서 팔 것이라고 했다.
 
27. 자동차 왕국 일본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술의 일본이었지만 전기차에서는 전환 속도가 더뎠다. 
 

 
28. 2017년 도요타는 마쓰다 자동차, 덴소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공동 회사(EV CS 스피릿)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이 지난 현재가지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은 신통치 않다.
 
29. 르노닛산 자동차는 2022년까지 전체 판매 대수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닛산은 이미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를 내 놓은 저력이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 이후 전기차 시장의 본격 개화에서는 주도권을 놓친 모양세였다.
 
30. 그러던 2010년대 말 닛산에서 큰 사건이 터졌다. 2018년 11월 CEO 카를로스 곤이 일본 경찰에 긴급 체포된 것이다. 소득 축소 신고, 배임, 횡령 등의 혐의였다. 부채 속에서 허우적되던 닛산을 살린 영웅에서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된 일이었다. 닛산 자동차는 3일 만에 그를 회장직에서 쫓아냈다.
 

 
31. 카를로스 곤은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COO로 입사해 2001년 CEO가 된 이후 닛산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닛산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는 했지만 많은 원성을 듣기도 했다.
 
32. 카를로스 곤은 2020년 1월, 자택 연금된 집을 몰래 탈출해서 고향인 레바논에서 나타났다.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도주극이었다. 곤은 배임 협의에 대한 재판을 준비 중이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후 몰래 악기가방에 숨어서 자가용 제트기로 일본을 빠져나가 열흘만에 지구 반대편 레바논에 등장한 것이다.
 

 
33. 곤의 탈출 이후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화두가 됐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일본 차들이 지금까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강했다. 당시에도 자동차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일본 정부가 혼다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두 회사의 반대와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곤의 체포는 르노의 반대를 누르고 혼다-닛산을 합병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포석이라는 의심도 있었다.
 
34. 1위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을 모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도요타는 2021년 4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자율주행 사업부문을 5억5천만 달러에 인수하고,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전기차 bz4X를 공개했다. 20년 동안 하이브리드카로 세계 시장을 휩쓸었지만 이제 변화하는 전기차 환경에 적응하려고 새로이 도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공들였던 수소차 시장이 열리지 않고, 전기차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35. 2022년 혼다는 소니와 차세대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에는 차 안에서 게임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컨셉의 전기차 플랫폼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시장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 했다.
 
36. 곤의 탈출 이후 닛산의 실적은 계속 하락했다. 주력 시장이었던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심각했다. 닛산은 전 직원의 7%를 감원하고, 생산능력의 20%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37.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폭스콘이 닛산의 생산 설비와 판매망을 확보해 단숨에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계획이 알려지자 일본의 마음은 급해졌다. 기존의 도요타, 혼다, 닛산이 모두 활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대만이 닛산을 인수한다면 일본 차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다.
 
38. 2024년 12월 나온 혼다와 닛산의 합병 공식 발표는 이런 연장 선상에서 나온 얘기다. 자동차 종주국 유럽도 두려워하게 만드는 중국의 부상과 스마트폰과 반도체에서 체급을 키운 대만의 위협 속에 20세기 제조업의 최고 스타 일본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39. 과연 일본 자동차는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 남아 과거의 명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는 계속 잘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중국과 대만의 위협은 어디까지 뻗어갈까?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계는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테슬라는 FSD를 통해 단번에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이번 합병 논의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앞으로의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 참고로, 합병 소식을 들은 카를로스곤은 5년만에 온라인으로 일본 기자들 앞에 나타나서 "이번 혼다와 닛산의 합병 배후에는 일본 정부의 압력이 있을 것이라 본다"며 "산업의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합병이라고 본다"며 폄하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 과정에서 곤의 입도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미국에서 펼쳐진 또 다른 탐험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탄생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